아이들은 내가 만난 하느님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하여금 웃게 하고, 무언가 내 안에 있는 가능성을 끌어내어 발휘하게 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도 편안할 수 있게 하는 아이들을 통해 나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었다.
늘 내 존재 깊은 곳에는 어쩔 수 없는 존재론적인 두려움이 있었다. 아들을 기다리던 집에 기대하지 않은 딸로 태어났다는 것이 거절의 상처로 남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했다. 그래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만나게 된 아이들을 통한 이 ‘받아들여짐’의 체험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느껴졌다. 나의 능력이나 조건에 의해서가 아닌 이 무조건적인 하느님 사랑의 체험은 내 마음 깊이 각인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런 하느님을 따르는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 성소의 동기는 뚜렷했다. 나로서 가장 기쁘고 나답게 살 수 있는 삶, 그것이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수도 생활을 찾게 되었다. 특별히 여러 수도회 중에서 성심회에 입회하게 된 것은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사람이 되어 오신 예수님의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또 모든 것을 공동체성에 두는 대공동체 보다 개인의 특성과 자율성에 대한 배려가 있는 소공동체인 성심회의 양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입회의 과정을 회상해 볼 때 하느님의 介入을 깊이 느끼게 된다. 어머니의 병환으로 인한 망설임과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작 입회의 과정은 순조롭고 단순했다. 입회 후 나는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질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내 안에 이 성소의 씨앗을 담아주신 하느님의 신비”에 더 깊이 의탁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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